음성듣기
  • 친구 안필성을 만나 동행하심
  • 동학군이 삼례를 떠나 공주(公州)를 공략하기 위해 은진과 논산 쪽으로 서서히 진군하니
  • 삼례를 떠난 동학군이 머지않아 한성(漢城)으로 진격한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온 나라 안에 퍼져 나가니라.
  • 이 때 필성은 두현에게서 도를 받은 뒤에 ‘남원으로 가서 종군하라.’는 군령(軍令)을 받고 보름날 계룡리를 떠나 남원으로 향하더니
  • 전주 구이면 정자리(九耳面 亭子里)를 지나다가 그곳 노상에서 뜻밖에 증산을 뵙게 되니라.
  • 필성이 반가워 인사를 하니 증산께서 말씀하시기를 “음, 네가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. 나와 함께 가자.” 하시고
  • 필성과 더불어 두어 마장을 더 걸어 임실 마근대미(任實 馬近潭) 주막으로 들어가시니 온통 동학군의 소문과 일본의 대궐침범 이야기로 시끄럽더라.
  • 증산께서 술 한 상을 시켜 목을 축이시고 말씀하시기를 “날도 차고 하니 이곳에서 쉬며 기다려라. 남원에서 네가 만나려는 사람은 여기서 만날 것이다.” 하시거늘
  • 필성이 “노자가 다 떨어져 여기서 만일 그 사람을 못 만나면 참으로 곤란하네.” 하니
  • 이르시기를 “허허, 내 말을 믿고 밥 굶을 걱정은 말아라.” 하시니라.
  • 10 두 시간쯤 지나니 문득 길 건너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함성이 울리며 인마(人馬) 소리가 가까이 들려오거늘
  • 11 필성이 밖으로 나가 보니 동학군 수천 명이 ‘보국안민(輔國安民)’, ‘척양척왜(斥洋斥倭)’라 쓴 오색기를 흔들며 혹은 어깨에 총을 메고 혹은 손에 창을 들고 행군해 가는데 동학군의 긴 행렬로 계곡은 온통 사람의 물결로 뒤덮이니라.
  • 12 이 때 진군하는 복잡한 행렬 속에서 접주 최두현이 필성을 보고 다가와 “남원으로 가지 말고 전주로 집결하라는 군령이 떨어졌으니 그리 알라.” 하고 대열 속으로 사라지니라.
  • 13 당시 동학군의 대본영은 논산에 있고 관군은 충주와 괴산에서 동학군을 토벌한 후 남하하는데
  • 14 남원에서 기병한 김개남 장군의 일만여 동학군은 관군의 남하를 막기 위해 청주성을 공략하려고 전주에 집결하는 중이더니
  • 15 바로 이 때에 최두현을 다시 만난 것이라.
  • 16 증산께서 필성을 데리고 멀리서 군마의 뒤를 따라가시다가 전주 수통목(水桶木)에 이르러 말씀하시기를
  • 17 “오늘은 전주에서 살상이 있을 터이니 이곳에서 자고 내일 전주로 가도록 해라.” 하시거늘
  • 18 필성은 장렬한 동학군의 행군에 마음이 더욱 조급해지니라.

  • (증산도 道典 1:54)




  • 16절 54:16 수통목. 전북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의 구이 저수지에 수몰된 마을. 당시에는 십여 가구가 살았고, 제지 공장이 있었으며 ‘수통백이’라고도 불렸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