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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조선 국운 심판 공사
  • 이어 상제님께서 장근에게 명하시어 “식혜 한 동이를 빚으라.” 하시고
  • 이 날 밤 초경에 식혜를 너러기에 담아 인경 밑에 놓으시며 말씀하시기를
  • “회문산(回文山)에 오선위기혈(五仙圍碁穴)이 있으니 이제 바둑의 원조인 단주의 해원 도수(解寃度數)를 이곳에 붙여 조선 국운을 돌리려 하노라.” 하시니라.
  • 이어 말씀하시기를 “다섯 신선 중에 한 신선은 주인이라 수수방관만 할 따름이요
  • 네 신선이 판을 대하여 서로 패를 들쳐서 따먹으려 하므로 시일만 끌고 승부가 속히 나지 않느니라.
  • 이제 최수운을 불러 증인으로 세우고 승부를 결판 내려 하나니 이 식혜는 곧 최수운을 대접하려는 것이로다.
  • 너희들 중에 그의 문집에 있는 글귀를 아는 자가 있느냐?” 하시니 몇 사람이 대답하기를 “기억하는 구절이 있나이다.” 하거늘
  • 상제님께서 양지에 ‘걸군굿 초라니패 남사당 여사당 삼대치’라 쓰시며 말씀하시기를
  • “이 글이 주문이라. 외울 때 웃는 자가 있으면 죽으리니 조심하라.” 하시니라.
  • 10 또 말씀하시기를 “이 글에 고저청탁(高低淸濁)의 곡조가 있나니 외울 때 곡조에 맞지 아니하면 신선들이 웃으리니 곡조를 잘 맞추라.” 하시고
  • 11 상제님께서 친히 곡조에 맞춰 읽으시며 모두 따라 읽게 하시니 이윽고 찬 기운이 사람들을 엄습하니라.
  • 12 상제님께서 읽기를 멈추시고 말씀하시기를 “최수운이 왔으니 조용히 들어 보라.” 하시니
  • 13 문득 인경 위에서 “가장이 엄숙하면 그런 빛이 왜 있으리. 이 내 수치 씻어 주면 그 아니 성덕인가.”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거늘
  • 14 상제님께서 물으시기를 “이 말이 어디 있느냐?” 하시니 한 사람이 말하기를 “수운가사에 있습니다.” 하니라.

  • (증산도 道典 5:176)




  • 8절 176:8 걸군굿. 걸군은 ‘걸궁하는 무리’라는 의미다. 걸궁(乞窮)은 걸립(乞粒)이라고도 하는데, 절을 중건할 때 모금을 위해 중들이 민가로 다니며 시주 받는 것을 말한다. 후대에는 여기에 놀이패가 가담하여 집집마다 다니며 고사를 해 주고 돈과 쌀을 걷는 전문적인 걸립패가 출현하였다.
  • 8절 176:8 초라니패. 나자(儺者, 민가와 궁중에서 음력 섣달 그믐날에 묵은해의 마귀와 사신을 쫓아내려고 베풀던 의식을 거행하는 사람)의 하나로 기괴한 여자 모양의 탈을 쓰고, 붉은 저고리에 푸른 치마를 입고 대가 긴 깃발을 가지고 떼를 지어 다니며 노는 무리.
  • 13절 176:13 『용담유사』 「도수사(道修詞)」의 한 구절.